기사원문: [에듀플러스]<칼럼>K-컬처에서 K-벤처로, 질적 성장의 길 - 전자신문
▲ 서지희 이화여대 기술지주회사 대표
세계는 지금 K-컬처에 열광하고 있다. 글로벌 팬들은 케데헌 속 장면을 따라 서울타워를 방문하고, 깍두기와 곰탕, 오뎅 같은 음식을 경험하며 한국의 일상에 빠져든다. 케이팝과 드라마는 물론, 음식과 문화 전반이 세계인의 삶 속에 스며들며 한국의 창의성과 감각이 글로벌 무대에서 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의 이면에는 여성이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 글로벌 연구는 전 세계 소비 지출의
70~80%가 여성의 결정에 의해 이뤄진다고 분석한다.
한국의 문화와 제품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에는 여성의 영향력이 핵심적이다.
이제 과제는 분명하다.
문화와 소비 영역에서 이미 입증된 여성의 감각과 역량을 창업과 벤처의 성장 동력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서울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다.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다수의 대학과 우수인재가 집중된 도시이자,
이화여대를 비롯해 숙명여대,
성신여대,
덕성여대 등 여성 인재 양성에 뿌리를 둔 대학들 역시 한곳에 모여 있다.
전체 대학 재학생 가운데 여학생의 비율은 절반을 넘고,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여성 인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조건은 서울을 여성 인재와 창업 인프라가 동시에 집약된 메가시티로 만들며,
창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특별한 잠재력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창업의 현주소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2024)'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 창업자 중 여성 비율은 약
10%에 그친다.
또한
'2024 스타트업레시피 투자리포트'에 따르면 여성이 창업한 기업이 차지하는 투자 건수는 전체의
7.9%에 불과하며,
본격적인 성장 단계로 도약해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약
2%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단순히 수가 적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근본적으로는 창업 이후 기업이 질적으로 성장하고,
후속투자를 이끌어 내며,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여성만의 과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약
5%로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지만 유니콘 기업의 수는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적다.
이는 창업 생태계가 이제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신호다.
창업 기업의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매출을 성장시키고 후속투자를 이끌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 창업 생태계의 활성화는 창업 생태계 질적 성장의 중요한 축이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여성 인재가 집중된 도시이며,
이미 형성된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것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큰 손실이다.
여성 창업이 확대되면 생태계의 구성과 시각이 다양해져 새로운 해법과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고,
불확실성이 큰 시장 환경에서도 더욱 창의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더불어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K-뷰티, K-푸드, AI, 바이오헬스 같은 분야와 맞물려,
여성 창업은 세계 시장 확장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창업생태계를 도약시킬 몇 가지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창업기업이 성장 단계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맞춤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초기에는 시장 검증과 시제품 제작,
판로 개척을 돕고,
성장 단계에서는 해외 인증 취득,
규제 대응,
투자 유치 역량 강화 등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서울의 산업과 문화적 강점을 활용해 창업초기부터 글로벌 시장과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에서 스타트업이 해외 유통망,
글로벌 투자자,
전략적 파트너와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면,
창업 기업은 내수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양성과 포용을 중시하는 창업 문화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든든한 멘토와 네트워크,
투자자와의 신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함께할 때 비로소 생태계는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다.
K-컬처의 성공은 전 세계 소비자의 선택이 만들어낸 힘이었다. 이제는 그 에너지를 창업으로 전환해, K-벤처의 글로벌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야 한다. 여성 창업의 활성화는 곧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서지희 이화여대 기술지주 대표 jsuh@ewha.ac.kr
◆서지희 이화여대 기술지주회사 대표=
삼정KPMG 부대표,
위민인이노베이션 회장,
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비상근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특임교수와 이화여대 기술지주 대표를 맡고 있다.